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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오늘의 읽기
위생의 역사 특집: 키워드리포트 07
위생 가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손 씻어라’, ‘더러운 것 만지지 마라’, ‘세균은 위험하다’ 같은 말을 자주 들으며 컸다. 실제로 위생 체계가 발달하고 위생관념이 생기면서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현대는 아주 위생적인 사회가 됐다. 그런데 뜻밖의 현상이 한쪽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감염병은 과거보다 줄었는데, 알레르기나 천식, 아토피 같은 면역계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이 질문과 관련된 개념이 ‘위생 가설’이다. 아마 처음 들어봤을 텐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미생물에 거의 노출되지 않아 면역계가 균형 있게 성숙할 기회를 잃고,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과민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진다는 가설이다. 물론 그렇다고 더럽게 살아야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적 시도에 가깝다.
사람들은 흔히 세균이나 미생물을 모두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의 몸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장 속에는 엄청난 수의 세균이 존재하며, 이들은 소화와 면역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 우리 몸 안팎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원래 자연에서 살아온 존재이다. 오랜 기간 인간은 흙을 만지고, 시냇물을 마시며, 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며 살았다. 즉 인간의 면역계는 원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발달해 온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아파트 생활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흙을 만질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또한 강력한 항균 제품과 소독제 사용이 일상화되었다.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선조들과 달리,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