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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의 역사 특집: 키워드리포트 03

흑사병 이후 왜 유럽인들은 목욕을 기피했을까?

흑사병 이후 왜 유럽인들은  목욕을 기피했을까? 표지 이미지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주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샤워나 목욕도 주기적으로 한다. 인터넷을 보다 보면 사람들이 꽤 자주 ‘샤워 논쟁’을 벌이는 걸 볼 수 있다. ‘아침 샤워 vs 저녁 샤워’, ‘샤워 하루 한번 vs 하루 두 번 vs 이틀에 한번’ 등. 뭘 이런 걸로 싸우나 웃기면서도 과몰입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논쟁이 있다는 것 자체가 현대인에게 목욕이 얼마나 중요한 일상인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깨끗이 하려는 마음은 더러움을 피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고, 따라서 위생 여건이 좋지 않았던 시대에도 인류는 몸을 깨끗이 하려고 노력해왔다. 고대 로마의 목욕 문화는 꽤 유명하다. 목욕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었고, 공중목욕탕은 사교의 장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수영도 하고, 간식과 포도주를 즐겼으며, 마사지도 받고 책을 읽었다니, 요즘의 문화센터나 다름없다. 당시 로마에 수로가 건설되면서 물 공급이 원활했던 것도 중요한 배경이었으리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삼국 시대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몸을 씻는 것이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와 연결되며 목욕 문화가 형성됐다. 이 전통은 고려 시대까지 이어져 고려 귀족들은 하루에 서너 차례 목욕했다. 온천의 치료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왕들은 온천 행차를 즐겼고, 신하가 병을 앓고 있을 땐 온천욕을 권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세는 어땠을까? 중세 때 유독 지저분했던 건 아니다. 많은 도시에서 공중목욕탕이 운영되었고, 목욕을 권장하기도 했다. 전쟁이 잦아 성 안에 사람들이 몰려 살면서 물 공급이 어려워 일반인들이 씻기 어려웠던 건 사실이지만, 목욕을 기피하진 않았다. 그러나 중세 말기 흑사병을 겪으며 목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목욕이 심각한 병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저런 이유가 겹쳐 중세 말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는 목욕을 기피하는 문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