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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의 역사 특집: 키워드리포트 02

중세 유럽을 무너뜨린 대재앙, 흑사병

-공중위생에 눈뜨다

중세 유럽을 무너뜨린 대재앙, 흑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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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세계적인 사건도 드물다. 잠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코로나 팬데믹을 겪어 본 우리는 전염병이 인간의 크고 작은 삶을 모조리 바꿔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이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사람들의 몸과 피부가 검게 변해 죽어간다고 해서 흑사(黑死, Black Death)병이라고 불렸다. 병을 일으키는 균의 이름을 따 페스트라고도 부른다. 페스트균은 야생 설치류 사이에서 순환하는 균이다. 그런데 이 균이 어째서 인간에게까지 퍼졌냐고? 어떤 집쥐가 페스트균에 감염되었다고 해 보자. 그 후 감염된 쥐의 털에 서식하던 벼룩이 피를 쪽 빨아마시면 이 벼룩마저 균에 감염될 수 있다. 이렇게 감염된 벼룩이 사람을 문다면? 사람까지 페스트균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페스트균은 인간 사회에 확산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럽을 초토화시킨 흑사병은 1330년대 중앙아시아에서 먼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무렵 몽골 제국은 유라시아(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묶어, 실크로드와 해상 무역로를 통해 활발하게 국제 무역을 하고 있었다. 이 길이 그대로 페스트균의 이동 경로가 되었다. 1340년대 후반, 페스트는 흑해 연안과 지중해 항구 도시들을 거쳐 1348년 무렵에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전역을 덮쳤다.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은 갑자기 심한 고열과 두통, 구토를 겪었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목처럼 림프절이 모인 곳에 달걀만 한 혹이 생겨 까맣게 변했다. 어떤 사람들은 폐에 감염이 일어나 기침과 피 섞인 가래를 토하며 며칠 새 숨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에는 치료법이 거의 없었고, 도시·마을에 따라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가량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흑사병,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