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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플레이스

좋은 공간은 우리를 절로 이끈다

최근 불교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관심은 소비를 넘어 공간경험으로 이어진다. 최근 주목받는 불교 공간은 강릉 인월사다. WA 어워드에서 수상한 이곳은, 절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공식을 지운 곳이다.
좋은 공간은 우리를 절로 이끈다 표지 이미지

극락도 락이다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개막 3일차 더 이상 관람객을 받지 않겠다며 현장등록 조기마감을 선언했다. 예상보다 인파가 대거 몰려 안전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SNS 피드는 박람회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줄을 이었다. 스님의 고민상담 부스, 부처님 말씀을 복권으로 제공하는 부스, ‘극락도 락이다’와 같은 불교적 밈(meme)을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인 부스들이 인기가 많았다.

상업적으로 변질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크지만 어쨌든 지금 젊은 세대는 불교에 빠져있다. 단순한 유행이라기엔 그 뿌리가 꽤 깊다. 세상이 복잡하고 빨라질수록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진다. 여기에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미학을 찾는 젊은 세대의 탐미주의가 맞물려 불교는 종교를 넘어 취향으로서 한 자리를 꿰찼다. 굿즈를 넘어 공간으로도 취향을 찾는 경험이 확장되고 있다. 템플스테이를 예약하고 산사의 새벽공기를 사진으로 남긴다. 절에서 북토크와 차담에 참여한다. (심지어 ‘나는 절로’라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소개팅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공간이 있으니 바로 강릉 인월사다.

모든 것이 타 버린 재 위에서

절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기와지붕에 나무기둥, 화려한 단청무늬. 강릉 경포호 인근에 자리한 인월사는 우리가 아는 절의 형상을 과감히 배신한다. 목재 대신 택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마치 카페나 미술관 같다. 원래 인월사는 이렇지 않았다. 1994년 재범스님이 창건한 이곳은 작고 소박했다. 하지만 2023년 대형 산불이 강릉을 덮치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스님들이 입고 있던 승복뿐이었다고. 이후 불자들의 모금과 도움으로 재건이 시작됐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